청소년기후행동의 보림, 현정 활동가와의 대화 모두가 큰 문제인 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 현상을 ‘방 안의 코끼리’라고 부릅니다. 저희는 이 시대의 ‘방 안의 코끼리’인 기후위기와 관련해, 먼저 나서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식탁 앞으로 모시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나날의 희로애락을 함께 밥을 나눠먹는 것으로 얼마간 달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식탁 위의 코끼리’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엄살원’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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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손님: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기후행동은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온 기후운동단체다. 2018년 기후위기를 인식한 청소년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하여 국내 최초로 기후파업(결석시위)을 이끌고, 2020년 아시아 최초로 기후헌법소원을 제기해 마침내 올해 9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부의 현 기후 대응에 대한 부분적 위헌 판결을 받아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헌법소원 최종 판결을 맞아 우리는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윤현정 활동가를 만났다. 청소년의 목소리로 시작해 모든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운동의 방식을 고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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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
기후헌법소원에 대하여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국가 목표로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는 그 비율을 40%로 정하고 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을 시작으로, 2021년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의 시민들이, 2022년 6월 62명의 ‘아기기후소송단’(5세 이하 39명, 6~10세 22명, 20주 차 태아 1명)이, 2023년에는 환경단체 회원 등 시민 51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구인들은 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의 40%만큼 감축하도록 설정한 것, ② 2031년 이후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서 과소보호금지원칙* 등에 위반되므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과소보호금지 원칙: 기본권보호의무의 심사기준 중 하나.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함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4년 5개월이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어떠한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고 있지 않은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과소보호금지 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2030년까지의 중장기 감축목표의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과소보호금지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위 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그나마 존재하는 중간 목표마저 사라지게 되는 더욱 위헌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 2. 28. 까지 개선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헌법불합치 결정: 법적안정성을 위하여 해당 법률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후속 입법을 주문하며 당분간 효력을 유지시키는 것
참고 자료:
법무법인 세종 뉴스레터 https://www.shinkim.com/kor/media/newsletter/2558
BBC 뉴스 코리아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935jp27qv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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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이레가 집에서 구워 온 비건 브라우니를 가져온다.
이레: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식사 대접해주신 것에 대한 답례로 비건 브라우니를 구워왔어요. 이번 헌법소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축하드리는 마음으로 두 분께 초를 불어달라고 요청드려도 될까요?
현정: 저 잠깐 사진 좀 찍을게요…
이레: 하나, 둘, 셋 하면 불어주세요!
일동: 하나, 둘, 셋!
보림과 현정, 브라우니 위에 꽂힌 초의 촛불을 불어 끈다. 브라우니가 담긴 접시 옆에는 헌법소원 판결문과 국민참여의견서 보고서가 함께 놓여있다.
일동: 와아아! 축하합니다!!!
이레가 준비해 온 비건 아이스크림을 스쿱으로 떠서 브라우니 위에 올린다.
현정: 잘 먹겠습니다! 진짜 맛있어요. 달다… 달아…
보림: 비건빵집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어요!
이레: 그런가요? (감동) 이번에 브라우니가 맛있게 만들어졌어요. 다들 많이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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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지금까지 여러 활동을 해오셨잖아요. 근데 이번 헌법소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떻게 헌법 소원이라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보림: 저희가 19년도 3월에 처음 기후파업(결석시위)을 시작했어요. 서울 경기 곳곳에 사람 많은 곳들을 찾아다니면서 피켓 들고 서 있고 노래 부르고 춤도 췄어요. 동시에 정책 및 의사결정자를 많이 만났어요. 근데 환경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 같은 사람들이랑 비공식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하자고 해서 가면, 카메라 세팅 다 돼 있고, 사진 찍을 때 하트 (포즈를) 하자고 하고,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실제로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었어요. 정치인들이 이미지로만 미래 세대를 소환하려 한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이런 방식의 기후 대응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죠. 그때 해외에서 기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워크샵도 열어봤는데, 그땐 모든 변호사들이 원고 적격성이 없다고 이 소송 못한다고 했어요.
야독: 원고 적격성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현정: 헌법소원이 적법하려면 요건이 여러가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기후위기로 인해 지금 현재 권리 침해를 받고 있어야 하고, 해당 법이나 공권력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로부터 직접 침해를 받고 있어야 돼요. 근데 지금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현재’ 받고 있느냐 하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 변호사들은 법이 실제로 우리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사실 되게 보수적인 기존의 법 논리로 봤던 거예요.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애초에 헌법소원은 무조건 각하*시킨다라는 의견을 되게 많이 냈어요.
*각하: 소송이 형식적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에서 내용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하는 것.
보림: ‘너네가 뭔데 그런 걸 물어보냐’ 이런 반응도 되게 많았고, ‘나중에 이런 거 하면 의미 있겠지. 근데 한국은 불가능해’ 이런 말이 반복됐어요. 근데 어쩌다 기후위기를 잘 아는 변호사들을 석탄발전소 문제 대응할 때 만나게 됐어요. 이어서 네덜란드 기후 소송을 진행했었던 팀을 만나보기도 하고, 불가능을 이야기하던 사람들 말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과 계속 만나면서 이걸 좀 더 파보게 됐어요. 그렇게 소송 검토에 들어갔죠. 지금 있는 법이 소송을 청구할 수 있을 만한가, 그러니까 우리가 권리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충분히 주장할 논거가 있는가, 이런 것들을 검토했는데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저희랑, 기후변화를 잘 아는 그 변호사들과, 또 소송을 잘 아는 변호사 중에 이 가능성을 믿고 있는 사람들, 이렇게 팀을 꾸렸어요. 처음엔 원고를 누구로 상정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일단 전국을 다니면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사례를 모았어요. 어떤 어부가 양식업을 하다가 고수온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를 했다, 어떤 농부가 콜라비 농사를 완전히 망했는데 이게 계속 매년 반복된다, 이러면 쉽게 피해를 입증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 당시에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고 말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던 때였어요. 농작물 피해를 입은 분들이든 시민단체든 일반 시민이든 다 원고 안 한다고, 부담스럽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우리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청소년은 본인 의사만으로는 소송 청구를 못했어서 그때 단체 내부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부모님 동의서 받아올 수 있는 사람 19명이 원고가 돼서 소송 청구를 한거죠. 준비하는 기간 동안 논의를 하면서, 지금의 법이(그때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었고 이후에 탄소중립기본법으로 바뀌었는데) 너무나도 위법하다는 걸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차고 넘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거 가능하다, 해서 시작을 했어요.
이레: 그러면 자체적으로 먼저 시작하신 거네요. 외부로부터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같이 얘기해나가면서 일종의 빌드업을 해나가신 거죠.
보림: 근데 초반에는 변호사님들이 없었으면 저희가 법적 검토를 하지는 못했을테니까 그런 분들을 잘 만났던 게 되게…
현정: 시너지가 있었죠.
이레: 준비하시는 과정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처음 소송을 걸고 최종판결이 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잖아요.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티셨는지, 어떤 일들을 하면서 지내셨는지 알고 싶어요.
보림: 한 3년까지는 헌법소원에 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어요.
현정: 왜냐하면 그 3년의 시간 동안 변호인단이 소송 관련된 일들을 거의 다 맡아서 진행했었기 때문이에요. 그 과정에서 법이 또 바뀌면서 추가 청구를 하고, 변호인단이 계속 의견서를 새로 제출하고, 대통령 의견서를 받아내고… 이러면서 사실 진전이 없었어요. 청구인들이 계속해서 뭘 제출해도 헌재는 계속 그냥 가만히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3년을 맞아서 기자회견을 한번 진행했었어요. 그때부터는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 수 있는 걸 찾았었고요.
보림: 그 전까지는 법리로 싸우는 거잖아요. 그래서 법정 안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사실 많지 않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밖에서 이게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거였어요. 이 법이 왜 문제인지 그 맥락을 사람들한테 계속 해설하는 거. 그 외에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정부나 입법부의 결정을 번복할 것을 요구하는 일을 계속했죠. 소송 청구 3년 후부터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직접적인 개입을 염두에 두고 캠페인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면서 헌법 재판소장에 대한 뒷조사부터 헌법소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 알아봤어요. 사실 우리가 그전까지 한 건 다 그냥 추측이었어요. 판결이 언제쯤 날지 마냥 기다린 거죠. 판사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3년 후에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을 때는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는 권위가 조금은 다르고,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판단하진 않을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고민하면서 제3자 의견서를 활용해서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만들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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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
이레: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전달하는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 ‘기후대응 이의있음’에 저희도 참여했었는데요, 이 캠페인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디자인도 재미있었고, 기후위기를 대하는 개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섹션이 있고 그 다음에 헌법재판소장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들어가게 구성되어 있었잖아요. 저의 의견을 상세하게 적고 반영할 있다는 점에서 뭔가 내 목소리가 실제로 전달될 수 있구나 하는 정치적 효능감을 주는 것 같아서 새로웠어요. 총 5,289명이 참여한 이 캠페인을 기획하고 진행하실 때 가장 주안점을 두셨던 부분이 어떤 점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보림: 이레님이 말씀하신 게 딱 맞는 게, 사람들한테 효능감을 주는 게 저희의 목표였어요. 사람들의 의견을 법정으로 직접 끌어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어떤 효능감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원고만의 소송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게 핵심이었죠.
현정: 솔직히 말하면 저는 무력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이에요. 이게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후 운동하기 전이랑 비교하면 훨씬 덜 느껴요. 왜냐하면 캠페인을 하고 변화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감각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기후 운동 하기 전에, 기후위기를 그냥 알기만 하고 혼자서 고립되어 있을 때랑 비교하면 그때보다 지금은 훨씬 무력감을 덜 느껴요. 그런 점에서 이 캠페인을 처음 짤 때 써놨던 메모들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읽어보니까 ‘될 것 같다’는 마음을 되게 중요하게 적어놨더라구요. 사람들한테 그런 마음을 주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기후 위기 문제에서 우리는 성공의 경험을 가진 적이 없잖아요. 기후위기 관련 뉴스 중에 되게 기분 좋은 뉴스 생각나는 것 있으세요?
야독: 오존층이 복구되었다…?
보림: (웃음) 가끔 그런 일이 있긴 하지만…
현정: 대부분 우리는 정부가 한발 나아간 걸 본 적도 없고 성공의 경험을 모두가 함께 누려본 적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 헌법소원이 그런 경험이 되면 좋겠다. 그런 성공의 경험이 되면 좋겠고, 모두가 함께 나누면 좋겠고. 그리고 사실은 기후위기에 관심 가지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혹시 고립되어 있고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많이 젖어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되게 찾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근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다 서명하거나, 좋아요 누르고, 공유하고, 청원하는 것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실효성이 있는 방법이면 좋겠다. 내가 변화에 기여했다, 내가 이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마음을 모두가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사실 글 쓰는 게 되게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근데 번거로운 만큼 내가 여기에 기여했다는 느낌이 들게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기분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헌법소원 승소했을 때 ‘그냥 뭐 청기행이 이겼나보지’가 아니라, ‘내가 이겼어, 내가 글 써가지고 이긴 거야’ 약간 이런 마음을 사람들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이런 마음을 모두가 같이 공유할 수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런 점에 되게 초점을 많이 맞췄었어요.
영이: 이 헌법소원을 승소한 것 자체가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입증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가치에 공감을 하고 여기에 함께하는 사람들한테 '우리가 진짜 하면 뭐라도 바꿀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느끼게 한 의미도 있네요.
현정: 그게 되게 이루고 싶었던 목표 중 하나였어요.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 근데 저희가 이번 기후헌법소원을 준비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야독: 뭔가요?
현정: 정부는 국민을 기후위기의 당사자로 보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정부의 논리를 분석하면서 깨달았어요. 정부의 논리대로면, 국민은 정부가 기후위기를 해결했을 때 부수적인 이익을 얻는 존재일 뿐이에요. 즉, 기후위기의 당사자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라는 거예요. 그리고 정부는 궁극적으로는 기후위기가 얼마나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냥 국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기후위기가 국제적으로 문제라고들 하니까, 우리나라 정부만 안 하면 안 되니까 따라가는 느낌. 그래서 예전에는 ‘정부가 왜 이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이해를 못했는데, 이번에 기후헌법소원을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마침내 알게 됐어요. 기후위기 대응은 그냥 국제적인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함인 거예요. 그제서야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저희랑은 전제부터가 달랐던 거죠.
영이: 그냥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했으니까?
현정: 서명했으니까 그냥 따라야 했던 거죠. 애초에 정부와 저희는 목표하는 바나 동의하는 가치 자체가 달랐던 거죠.
보림: 하지만 저희는 기후운동은, 그리고 기후헌법소원은 누구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뉴스 보면 “뭐가 문제다, 그래서 뭘 해야 한다”라고 전문가들이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전문가들의 발화로만 이루어지는 기존의 운동의 방식은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막는 데에 실패했잖아요. 권위에, 그리고 전문가의 말에만 기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존의 방식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니 다른 방식을 찾아야 했죠.
야독: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보면서 느꼈던 게, 의견서 쓰기를 되게 쉽게 만들어 놓으셨더라고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다 주시고, 글쓰기 워크숍도 하시면서 글쓰기 키트까지 다 만들어 놓으셨어요. 어떻게 이렇게 준비를 하신 거예요?
현정: 저희가 먼저 각자 가족들한테 국민참여의견서를 받아봤어요. 보림님의 가족도 그렇고, 제 가족도 그렇고 기후위기에 공감은 하고 저희가 하는 일을 지지는 해요. 근데 또 엄청나게 이 문제에 앞장서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글을 써본 적도 별로 없어요. 사회 문제에 대해서 말해본 경험도 적고. 사실 글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글을 써’ ‘이런 건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사회 운동 경험이 많거나 전문적인 지식인들이 하는 거야’ ‘나 같은 사람은 못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혼자서는 글을 못 쓰시니까, 저희가 각자 가족을 인터뷰했어요. 저희가 질문을 해서 답변이 돌아오면, 문장을 재배치하거나 다듬기만 해서 의견서를 완성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까, 누구나 멋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자신의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것도 아니라는 것이 되게 많이 와닿았어요. 모두가 그 정도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냅다 글을 써달라고 하면,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것조차도 힘들거나 혹은 여력이 안 돼서 사회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글을 못 쓰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글을 써본 경험이 없거나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국민참여의견서를 쓸 수 있게끔 접근성을 낮추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데 저희 가족을 인터뷰했듯이 사람들을 모두 다 만날 수는 없으니까, 저희가 인터뷰할 때 정말 도움이 됐던 문장이나 질문들을 정리해서 그걸 기반으로 키트를 짰던 거예요. 혼자서나 모임에서 국민참여의견서를 쓸 때 이런 과정을 같이 겪을 수 있도록.
영이: 이건 결국 청기행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청기행은 항상 가장 낮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예 이런 생각 자체를 못할 수도 있어요. ‘이 문제에서 누가 가장 소외될까’ ‘누가 가장 발언권을 못 가질까’ ‘누구의 목소리가 가장 안 들릴까’를 계속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런 캠페인을 기획하고 좋은 결과까지 얻으신 것 같아요.
야독: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했다는 게 너무 특별해요. 저는 글을 써본 경험이 많으니까 글쓰기가 어려운 일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을 해본 적이 잘 없거든요. 오히려 저는 여러분이 말씀하신 ‘권위있는 사람들’에게 기대고 그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했던 것 같은데, 그건 말씀해주셨듯이 실패로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잖아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는 왜 항상 교수나 변호사처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말해주기만 기다렸을까? 오히려 우리가 더 봐야 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인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게 오늘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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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저는 사실 엄마를 인터뷰할 때, 제가 엄마 입장에서 글을 빨리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엄마의 인생을 아니까, 기후위기에서 엄마는 제 취약성보다 더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제가 엄마를 너무 ‘취약성’으로 정의하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랑 인터뷰할 때 계속 싸웠어요. 취약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막상 저는 엄마의 삶이 잘 전달되고 보호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의 취약성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엄마는 ‘나는 이런 걸 말하고 싶지 않은데 왜 자꾸 말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썼어요. 마음을 다 내려놓고. 사실 제 욕심인 거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어떤 점을 더 어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 내려놨어요. 엄마한테 그냥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가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사회가 어렵다고 느낄 때는 언제야?”라고 구체적으로 사안을 잘게 쪼개서 물어봤어요. 동생한테도 그랬고. 그러다 보니 문장이 어느 정도 수집됐어요. 그리고 나서는 엄마랑 둘이 같이 앉아서 문장을 하나씩 만들었어요. 하나씩 읽어보면서 “안녕하세요는 할까말까” “하자” 그러면 ‘안녕하세요. 저는 OOO입니다.’라고 쓰고. 엄마한테 묻고, 엄마가 하고 싶은 말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걸 다 하고 나서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어느 날 엄마가 ‘딸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나이 든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하면 왜 그렇게 사냐고 욕 먹지 않을까. 아기들이 얘기해야지 나같은 사람 이야기를 누가 듣고 봐’라는 카톡을 보내셨어요. 제가 너무 슬퍼가지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싸우고, 울고. 그러다가 또 엄마랑 같이 글 쓰고. 그러다가 글이 완성됐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언어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언어가 없는 사람은 없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어떤 매끄러운 논리적인 흐름을 가지지는 않아도 글이 완성됐고, 이 사람의 말로만 이 글이 완성되니까 생각보다 굉장히 힘 있는 글이 됐어요. 그래서 사람은 언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질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많이 깨달았어요.
저희 엄마 의견서뿐만 아니라, 현정님 가족 분들이 쓰신 것도 모아보니까 ‘활동가의 말하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말하기’가 가지는 힘이 생각보다 되게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사회 운동에서 보통 피해자를 호명하는 방식으로 했던 말이 왜 힘이 없고 수명이 그렇게 짧았는지를 알게 됐어요.
야독: 저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저한테 익숙한 말, 제가 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이들의 말을 바꾸는 경험을 자주 해요. 근데 그러면 진실되지 않을 뿐더러, 인터뷰이를 타자화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보림님과 현정님도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이시니까, 다른 사람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바꾸고 싶은 욕망을 느끼진 않으세요?
보림: ‘기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타자화되지 않고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라는 문장이 저희 청기행의 핵심 정체성이에요. 그중에서도 주체가 되는 것보다, 타자화되지 않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런데 저도 마찬가지로 엄마와 작업을 할 때 제가 엄마를 타자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너무 미안했어요. 제가 물론 옆에서 좀 도와주긴 하지만, 결국 엄마의 서사에 대한 편집권은 엄마한테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엄마의 편집권인데 내가 건들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뒀어요.
야독: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그 사람의 언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신 거죠. 그러면 5,289명의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아봤을 때, 추출되는 공통적인 언어 같은 것이 있었나요?
현정: 실제로 5,289명의 국민 정서가 읽혔어요. ‘나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정말 많이 등장했어요. 보림의 어머님도 그렇고, 저희 엄마도 그렇고, 다른 국민 분들의 글에 그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자신이 되게 하찮다, 혹은 힘이 미약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의 말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말하고 싶다’는 식의 말이 많이 등장했어요. 제 동생의 같은 경우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나 같은 사람들이 계속 또 모여들 거니까, 그러면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어요.
보림: 수합한 국민참여의견서를 키워드별로 분석했을 때, 사회적인 불안에 대한 정서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에 대한 불신, 무력감, 재난에 대한 공포가 많이 드러났어요. 그래서 ‘우리가 뭔가를 해도 변하지 않을 거니까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거나,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도 죄책감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우리가 10년쯤 뒤에 그냥 죽어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어떤 한 사람의 우울감이 아니라, 그냥 국민 정서인 거예요. 그래서 사실 좀 놀랐어요.
현정: 사람들이 하는 말을 보면 서로 되게 비슷하기도 하고, 기저에 깔린 정서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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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그래서 저는 국민참여의견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위헌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됐어요. 이 국민참여의견서를 재판관들이 본다면, 너무 당연하게 모든 게 위헌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판결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는, 이 의견서 속 말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이 말들이 너무 아깝고 슬펐어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영이: 정부에서 주장한,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뭐였나요?
현정: 일단 원고적격성부터 계속 시비를 걸었어요. 특히 기후위기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고 정부에서 정말 많이 얘기했거든요. 아직은 기후재난이 발생하지 않았고, 만약 미래에 기후재난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서 정부가 정책을 만들면 사람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거예요.
또, 법이나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수범자(受範者)라고 해요. 그런데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에 대한 수범자에 일반 국민이 아니라 정부만 포함된다고 얘기했어요. 예를 들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몇 퍼센트 줄이겠다고 하면 이 온실가스를 줄임으로 인해서 기후위기의 위험 수준이 얼마나 줄여지고, 사람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가 다 고려사항에 포함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몇 퍼센트 줄인다는 법 조항이 정부에만 해당하는 얘기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이 법 조항의 당사자는 국민이 아니라 정부라는 거죠. 국민은 그냥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했을 때 부수적으로 이익을 얻는 존재라는 거예요. 정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함으로 인해서 기후위기 위험도 낮아지는 건데, 국민은 이런 부수적인 이득을 얻는 제3자일 뿐이지 실제로 권리를 가진 당사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계속 주장했어요. 그래서 애초에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왔었어요. 또,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가 강화되면 되려 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야독: 그러면 정부에서 했던 주장 중에 가장 설득력 있게 판결에 영향을 미쳤던 논리가 뭐였나요?
현정: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명백해야 해요.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라는 게 있는데, 사실 국가가 우리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게 아니잖아요. 기후위기가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국가가 보호 정책을 충분하게 펼치지 않아서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하게 보호하지 못했다. 그래서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논리로 주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자가 아니라, 기본권 보호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이 사안의 핵심이거든요.
*과소보호금지 원칙: 기본권보호의무의 심사기준 중 하나.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함을 골자로 한다.
헌법재판소 입장에서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명백해야지 판결을 내리기 좋아요. 근데 정부에서 내놓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긴 하잖아요.그런데 ‘과소보호금지 원칙’은 정말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했는지만 따져요. 그 정책이 실제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안 봐요. 그래서 최소한의 감축 목표가 있다는 것만 하더라도 위헌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거예요. 물론 이런 방향이 바람직한 방향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최소한’은 했기 때문에 넘어간 거예요. 그런데 2031년부터의 온실가스 감소 목표는 아예 없잖아요. 목표 계획조차 없는 것은 그건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기후위기를) 방치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건 정부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게 확실하다 보니, 헌법재판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헌법불합치라고 판결했어요.
야독: 1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점에서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정: 지금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건, 탄소중립법에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받은 거였어요. 2050년에 탄소 독립*을 하겠다고 해놓고, 2031년부터 2050년까지 20년 동안의 목표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였어요. 그게 헌법불합치라는 것이 인정이 된 것이고요. 그런데 탄소중립법 상의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40%도 부족하다는 판결을 받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정부에서 내놓은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이 부족하다는 판결도 받지 못했어요. 제일 아쉬운 건, 현행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40%가 부족하다는 의견에는 헌법재판관 5명이 찬성했거든요.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위헌 판결을 낼 수 있는데, 딱 1명이 부족해서 위헌 판결을 못 받은 거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탄소 독립: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일컫는 말. 탄소 중립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영이: 정말 너무 아쉽네요. 그럼에도 이번 판결에 의미가 있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현정: 제가 이걸 하루에 세 번씩 얘기하고 다니는 것 같은데(웃음), 미국 연방 대법원에 계셨던 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께서 “사회는 움직이고, 법원은 반응하는 기관이다. 법원은 길을 이끌지는 못하지만 변화의 방향을 가속할 수는 있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즉, 변화는 사회가 이끌어내는 것이고, 사법부는 그걸 따라갈 수 있을 뿐이지만 최소한 그 변화가 빨리 일어나게끔 할 수는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사법부는 앞장서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아니라, 항상 후속 조치를 하는 기관이에요. 늘 마지막에서 선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법부에서 그렇게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사회의 ‘최선’은 아닌 거예요. 이 헌법소원 판결은 우리 사회가 낼 수 있는 최상, 혹은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 가장 ‘최소한’의 결과인 거예요. 그러니까 이 헌법소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가장 아래의 모습, 후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의미예요. “이 정도는 우리 다 동의했지? 이건 우리가 다 합의한 거다!”라는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는 이미 (기후위기 의식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고, 아무리 대응이 똑바로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선이 정해진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앞으로 이 선을 계속 밀고 나가서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활동을 해나가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독: 앞으로 남겨진 과제인 거구나.
현정: 네, 그래서 헌법소원 판결이 되게 미약하긴 한데, 이게 (우리 사회의) 최선의 모습이 아니라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면 희망이 조금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이 마지노선을, 최저선을 계속 올려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이: 다른 나라에서도 기후소송이 많이 제기됐어요.
현정: 네, 맞아요. 일본에서도 올해 8월에 제기했었고, 대만도 마찬가지이고. 사실 한국에서 기후헌법소원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나 네덜란드, 유럽인권재판소, 미국 등 해외에서 기후소송이 승소했기 때문이거든요. 사실 먼저 발을 딛고 나서서 선구자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법원은 생각보다 되게 보수적인 기관이거든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관성이 강하거든요. 그런데 해외에서 먼저 그런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그런 판례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도 승소를 할 수 있었어요. 저희도 아시아 최초로 승소를 했으니까 앞으로 대만이나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근거가 되겠죠. 유럽 대륙에서 승소한 것과, 바로 자기 옆나라가 승소한 것은 되게 느낌이 다르잖아요.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기후 위기 대응은 한국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가 같이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쳐서 위헌 판결이 나오게 되고, 각 나라의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강화되면 그만큼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의무가 강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안전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야독: 너무 대단하세요. 진짜 판례가 되는 일을 만드셨네요. 나중에 역사책 어디 한 줄에 적힐 것 같아요.
이레: 판결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는지도 궁금해요.
보림: 헌법소원이 끝났을 때, 개인적으로는 파트1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헌법소원 이전까지는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그랬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진행한 프로젝트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판결이 났을 때 처음 3일 정도는 저희가 패소한 줄 알고 계속 오열을 했어요. 집에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울고, 꿈에서도 그 재판정 상황이 재현돼서 또 울었어요. 기뻐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현정님이 말한 ‘마지노선’이라는 의미를 찾기도 했고, 소송에서 생각보다 남은 것이 되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헌법소원을 진행하면서 국민참여의견서를 만들고 고민하는 시간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제로 반영되게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되게 귀했거든요. 그 안에서 배운 게 많아요. 그래서 헌법소원의 결과 자체도 그렇지만, 이 과정 속에서도 배운 게 많으니까 다음이 좀 기대되기도 해요. ‘다음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 우리가 피켓을 들고 뛰쳐나왔을 때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이룬 것을 잘 기록하고, 앞으로를 잘 준비해서 나아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현정: 저희가 판결을 앞두고 뉴스레터를 발행했거든요. 마지막 문단에 ‘혹여나 합헌 판결이 나더라도 후회가 안 될 것 같다’라는 식으로 썼어요. 그런데 이건 합헌이 나더라도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서가 아니라, 이 시간을 보내온 우리의 경험이 되게 값지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어요. 정말 제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게 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값진 경험이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저희 기후 운동 그만둘 거 아니고, 적어도 저는 한 5년은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소 5년은 더 할 텐데, 우리가 이번에 했던 경험이 아주 큰 바탕이 될 것이고, 앞으로 못할 게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영이: 헌법재판소는 그 나라의 헌법을 지키기 위해 있는 기관이잖아요. 그런데 그 기관마저도 이렇게 판결을 했을 정도면, 앞으로 정말 변화할 수 있는 게 많고 변화를 해야만 한다고 얘기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게 비단 청소년 기후 행동뿐만 아니라 이 5,289명을 또 등에 업었으니까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되지 않을까요.
야독: 청기행 홈페이지에 읽은 소개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었는데요, 바로 "롤모델을 두지 않고 활동한다"는 거였어요.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청기행만의 방식을 찾아서 한다고. 그러면 앞으로 청기행만의 방식으로 그려갈 파트 2의 모습은 어떨까요?
현정: 저희가 판결 이후에 할 수 있는 캠페인들을 이미 구성해두기는 했었거든요. 국민참여의견서에서는 기후위기를 마주한 사람들의 말을 모았잖아요. 그런데 그건 결국 '내가 기후위기를 이렇게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법이 필요해'라는 요구로 이어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의 형태, 혹은 최소한 법이 포함해야 될 삶의 모습을 모아서 국회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기획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영이: 너무 좋은데요.
현정: 그리고 청기행을 좀 재정비하고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시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지금 당장은 너무 좋은데요. 실제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는 게 좀 어려웠거든요. 인스타 팔로워나 뉴스레터 구독자 외에도 실제로 저희가 캠페인을 할 때마다 늘 참여해주는 코어 지지층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라포를 쌓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커뮤니티를 구축해보려고 해요. 함께 영화를 보거나 밥을 해먹기도 해보고. 이렇게 청기행도 보강하고 국회 캠페인도 할 것 같아요. 좀 기대가 돼요.
야독: 저희도 너무 기대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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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브라우니
이번 베이킹을 위해 비건 브라우니 레시피를 여럿 찾아보았는데요, 단호박이나 완두콩 같은 야채/채소류 재료를 넣어 만드는 것도 있었고, 다크초콜릿을 넣고 만드는 레시피도 있었어요. 저는 그중에서 설탕 시럽을 가루 재료와 섞어 반죽을 만들고, 코코아 파우더와 초콜렛 칩으로 맛을 내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단순하고 브라우니 본연의 맛에 충실한 레시피를 번역 및 가공해서 소개해드립니다. 초콜릿이 기후위기로 지치고 꿀꿀한 우리의 영혼을 (잠시나마) 구원해주기를…!
레시피 출처: https://makeitdairyfree.com/the-best-vegan-brownies/
재료:
[설탕 시럽]
물 1/2컵(120ml) 설탕 1과 1/2컵(250g)
[가루 재료]
밀가루 1과 1/2컵(180g), 코코아 파우더 3/4컵 (60g), 분당(슈가파우더) 1/4컵(33g), 소금 3/4 티스푼
[그 외]
오일(카놀라유/포도씨유) 1/2컵(120g)
- 저는 집에 있는 현미유를 썼어요. 올리브유는 향이 진해서 베이킹에는 잘 쓰지 않는다고 하니, 카놀라유나 포도씨유처럼 향이 적은 기름을 선택해서 써주세요.
바닐라 익스트랙 2 티스푼 초콜릿 칩 3/4컵(130g)
[선택]
견과류(호두) 3/4컵(85g), 비건 아이스크림(나뚜루 돌체 메이플 넛츠)
- 오븐용 용기에 유산지를 깔고, 기름칠을 한다.
- [설탕 시럽 만들기] 냄비에 설탕과 물 1/2컵을 넣고 중약불로 6-8분 정도 가열한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저어주며, 이때 물을 더 넣거나 물을 끓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 [가루 재료 준비하기] 가루 재료(밀가루, 코코아 가루, 분당)는 체에 쳐서 사용한다. 커다란 용기에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 분당과 소금을 넣고 섞어준다.
- 설탕 시럽이 준비되면, 가루 재료가 든 용기에 오일과 바닐라 익스트랙, 사과 소스와 함께 시럽을 넣고 저어준다. 과도하게 많이 젓지 않도록 주의한다.
- 초콜릿 칩 1/2컵과 전처리한 호두를 반죽에 넣어준다.
- 오븐용 용기에 반죽을 넣고 초콜릿 칩을 위에 약간 뿌려준다. 오븐에서 30-40분간 돌린다.
- 오븐에서 용기를 꺼내고 자르기 전에 2-3시간 정도 완전히 식힌다.
- 브라우니를 먹기 좋게 잘라 비건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다.
[사과 소스 만들기]
사과 소스(applesauce)는 비건 베이킹에서 닭알의 대체품으로 종종 사용된다고 합니다. 저는 한 통 만들어서 베이킹하고 남은 것은 빵을 구워 먹을 때 사과 잼처럼 빵에 올려먹었어요.
[레시피 출처: https://www.biggerbolderbaking.com/homemade-applesauce/]
재료: 사과 2개, 물 85g, 설탕 30g [사과 소스 한 통 분량]
- 사과 껍질을 벗기고 씨앗을 제거해서 잘게 썬다.
- 냄비에 사과와 물, 설탕을 모두 넣고 중불로 20분간 끓인다.
- 끓인 사과 소스를 믹서기로 부드럽게 갈아준다.
[호두 전처리하기]
베이킹에 쓰는 호두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떫은 맛을 줄이기 위해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 좋다고 합니다. 에어프라이기나 오븐에서 구울 때, 타지 않도록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구워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 끓는 물에 호두 두 주먹을 넣고 살짝 데쳐준다.
- 끓여서 불순물이 나온 물을 따라 버리고, 호두를 건져내 에어프라이기나 오븐에서 5-10분 정도 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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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너무 궁금해요!
소중한 피드백을 남겨주시면...사랑한드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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